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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말이 맞았을까

조그녕 2019. 11. 13. 21:28

한국에 들어와서 OOO항공에 부기장으로 지원을 했었다. OOO항공은 신입부기장 나이제한을 암묵적으로 30으로 두고 있어, 당시 26살이던 나는 반신반의로 지원을 했었다. 서류전형에서 탈락할거라 생각했지만, 통과가 되고 필기, 실기, 최종 면접까지 볼 수 있었다. 면접 중에는 나이가 어리다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어떤 면접관에겐 나이가 어리면 비행을 하면 안된다는 말도 들었다. 그 전에 에어OO에 최종 면접을 보러 갔을 때도, 나이가 어리면 왜 안되는지에 대한 훈계를 30분동안 들었어야 했었다. 나이가 어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사회경험을 좀 쌓고 좀 더 늦게 시작했어야 했는데.., 부모님에게 죄송하고, 면접관에게 죄송했다. 나는 왜 어렸을까, 단지 비행기를 좋아해서 빨리 조종사가 되고 싶었던 것인데, 어린 나이는 과연 비행을 할때 칵핏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인지.. 신입부기장은 과연 신입을 뽑는 자리일까? 복잡한 감정에 억울하고 화났지만, 그냥 속으로만 생각했다.

OOO항공에 최종합격 발표 날에 인사팀에서 전화가 한통 왔다. "나이가 어려서 바로 부기장으로 채용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지상학술교관을 2년 반 정도 하면, 부기장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습니다." 라고 연락이 왔다. 내게는 반문할 여지가 없었다.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추후에 OOO항공 전형에 지원하거나 다른 항공사 전형에서 불이익을 받을것이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부기장전형에 지원한 나를 왜 이런 조건으로 뽑는지, 그냥 비행하면 안되나요? 나이가 어린게 문제라도 되나요? 라고 왜 그때는 물어보지 못했을까. 

같이 입사했던 동기 형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고 라인에서 비행을 할때 나는, 조금만 버티면 돼, 2년 그까짓거 나중에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야 라는 말로 회유받고. 위로받고, 스스로 괜찮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상황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 나의 시간, 나의 청춘, 조금만 고생하면 지상에서 공부했던 것들이 나중에 비행할 때 아주 큰 도움이 될거라고, 그 누구보다 안전한 조종사가 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 사실 2년 반이라는 시간은 상당히 긴 시간인데, 왜 다들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라고 했을까, 그냥 그 누구와 같은 평범한 부기장으로 근무하면 안되는 걸까, 형들과 어깨를 나란히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을 꿈꾸었는데, 외롭고 힘들다고, 또 다시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 뒤엔, 항공사 사정이 힘들어서 잠시 쉬다 오라는 말을 들었다. 좀 쉬면서 Refresh 하고, 나중이 되면 아무것도 아니니깐 쉬면서 여행도 다니고, 지금을 즐기라고... 같이 있는 동기 형님들은 더 크고 힘든 상황에 봉착했겠지만, 지금까진 "형님들이 먼저 가야죠, 저는 어리니깐 괜찮아요" 라고 말했던 내가, 이제는 나도 힘들다고 말하고싶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나중이 되면 지금 힘들고 길게만 느껴지던 이 상황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게 될까? 과연 진정으로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며 위로하는 말이 있었는지, 과연 그들의 말이 맞았는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이제는 안다, 정말 힘든 세대를 살고 있다는거, 위로해주거나, 조언해주거나, 다 사회와 회사의 시스템에 얽매여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또 내가 몰랐었던 거는, 분명히 도움을 준다고 말했는데, 앞에서 웃고 뒤에서 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지나고 보니깐 보이는 것들, 이래서 나를 어리게 봤나보다. 넘어지면 일어나 달리고, 다시 넘어져도 달릴꺼라 생각했는데, 탓할 곳도 없고, 할수 있는 것도 없는 요즘 멍하니 서서 생각해본다, 그 때도 이렇게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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