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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Dynamic Instrument Rating Checkride 썰

조그녕 2017. 2. 3. 06:01

  이 체크라이드의 기원은 약 한달 전으로 돌아간다. 나는 12월 말에 학교 자체 Final Stage Check을 끝내고 체크라이드가 잡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비행학교에는 학생이 워낙 많고, 체크라이드가 밀려 있어서 학교 지정 시험관이 아닌 아무 시험관이나 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1월 초에 내 시험관은 Bob이라는 100마일 떨어진 공항에 있는 DPE(시험관)이라는 것을 알았고, 엄청나게 어려운 DPE라는 것도 알았다. 왜냐하면 다른학교에서 밥에게 시험을 3~4번 떨어진 학생들도 있었고, 심지어 인터넷에 그 DPE에 관한 리뷰에는 악플이 가득했다. 돈을 밝힌다는게 제일 큰 단점. (체크라이드를 볼때는 600달러가 들고 한번 떨어지고 재시험에는 400달러 정도를 내야한다. 계속 떨어지면 붙을 때 까지 400달러를 내야 하거나 다른 DPE 한테 처음부터 600달러를 내고 시험을 봐야한다.). 또한, 우리 학교에 있는 친구인 Wen이라는 대만 애는 Private Pilot 체크라이드를 그 DPE에게 봤다가 오랄 20분 만에 싹 털리고 왔다. 가히 무서움은 상상초월! 하지만, 이번 체크라이드를 포기하면 허송세월 1~2개월은 놀 것이 뻔하기 때문에 시험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저 빨간 원 안이 Class C 지역이다. 그림만 봐도 자신 없으면 오지 말라는 느낌.

Bob이 위치한 Fresno Yosemite Int'l Airport는 C Class Airport이다. 우리 학교가 있는 곳은 D Class. 이게 뭐가 다르냐면 엄청 바쁜 공항이라는 것. 큰 비행기도 많이 내리고, 군용기도 많이 온다. 그래서 작은 비행기들은 Multiple Approach나 랜딩 연습도 할 수 없는 공항이다.. 일단 거리가 너무 멀어서(약 180KM) 어프로치 연습을 하러 가기가 힘들고, Class D에서 맨날 비행하던 나는 덜덜거리는 파이퍼 워리어를 타고 Class C 공항에 간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데 체크라이드를 거기서 봐야 한다니... 

시험 날짜는 1월 14일. 시험 보기로 마음 먹고 대충 어느 어프로치를 쏠지 찾고 있었다. 그 옆에 위치한 Madera, Fresno Chandler 등등의 공항은 어려운 어프로치는 없었다. 남쪽으로 내려가니 Visalia라는 공항의 어프로치가 기가막힌 시험코스로 보였다. Instrument 시험은 3개의 서로 다른 어프로치를 쏴야하는데 그중 Visalia가 DME ARC-ILS, PROCEDURE TURN-VOR APP, RNAV(GPS) APPROACH가 있었고, 각 어프로치의 끝나는 홀딩패턴이 다른 어프로치의 시작 패턴이었다. 사진으로 보면 어려워 보이진 않지만 아크턴을 돌아서 ILS를 쏘고 홀딩을 하다 다시 프로시져턴을 해서 반대 런웨이로 들어가서 Circle to Land를 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이 되는 것중 하나이다. 게다가 DPE는 악명높은 BOB!!

  

설마 이 시험 코스를 넣을까...??라고 추측했지만 그 추측은 미래에 확실히 틀리게 된다.

시험 연습을 시뮬레이터로 몇 번, 실비행으로 한 두번 가서 해보고, 대망의 시험 날, 잠을 한 숨도 못 잔 나는, 교관님 (Jeff)과 같이 프레즈노로 향했다. 그날 따라 날씨가 매우 안 좋아서. 도착해도 시험은 못볼거라 생각했다. 랜딩 후 아기다리고기다리 밥을 만났고, 첫 인상은 우려와 다르게 매우 좋았다. 싼타클로스 느낌이 물씬.. 날씨가 안좋으면 Oral Test도 시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Paper work만 하고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시험을 2일 뒤에 다시 보기로 했고, 2일 후, 커머셜 싱글 애드온을 봐야 하는 철수형도 Bob에게 보기로 해서 같이 비행기를 타고 가게 되었다. 날씨가 그리 좋지는 않아서. 철수 형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일단 나부터 오랄을 시작했다. 지옥같은 오랄 첵이 시작되었다. 영어를 못 알아 듣는 것도 아니고 대답을 잘 못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자꾸 나에게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압박감을 엄청나게 주셨다. 실수로 단어를 잘못 말하면 수정의 기회를 주지도 않고 "넌 이렇게 하면 Fail이야!"라고 몰아붙였다. 또한, 내가 생각하고 있을 때마다 "너는 지금 답을 모르는 것 같아. 좀 쉬어야 될것 같은데?"라면서 자꾸 휴식시간을 유도했고, 휴식시간 동안 답을 생각하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중간 쯤 지나고 이제 나는 틀렸구나 Fail 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밥이 쉬운 질문들을 계속 하길래 쑥쑥 대답했다. 그리고 끝나고 나서는 오랄 합격이라는 통지를 받게 되었다. 이미 떨어진 줄 알았던 나는 매우 놀람과 당황의 표정이었고,  밥은 자기가 의도한 대로 오랄을 이끌어 온 것처럼 썩소를 짓고 있었다. 밥이 말하길 "I Know already you knew that".... 오랄이 끝나고 비행을 나가려 하는데 날씨가 안좋아서. Discontinue Paper를 받고 철수 형과 다시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2일 후에 또 다시 철수 형과 프레즈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태풍이 몰려오고 있었다.. 나부터 비행을 빨리 해서 끝내고 싶었지만, 밥은 철수 형부터 시작을 했다. 오랄 중 쉬는 타이밍에 형에게서 엄청 힘들다는 표정이 잠시 보였지만, 철수 형은 다행이 오랄을 잘 마무리 하고 비행을 나갔다. 결과는 Fail. 이미 넋이 나간 듯한 표정... 밥의 악명높은 칵핏 내 샤우팅이 비행의 분위기를 장악 한게 틀림없었다. 나는, 날씨가 더 안좋아지고 있었지만, 이 나쁜놈과의 동거를 계속 할 수 없기에 오늘 죽이되든 밥이 되든 비행을 나가려고 했다. 밥은 자신의 아이패드로 날씨를 계속 체크하면서 지금 태풍이 몰려오고 있는데.. 아직 괜찮기는 하네 Visalia 쪽은 괜찮네 그러면서 나에게 결정을 하라고 했다. 난 오늘 끝내고 싶다고 말했고 Preflight Inspection을 끝내고 비행기에 올랐다. 밥은 옆에서 "이건 너의 결정이야". "너가 실수 하나라도 하면 체크라이드는 페일인거 알지?", "모든 사람들은 다 실수를 하는데 체크라이드 때 하면 안돼"라며 나에게 엄청난 압박을 주었고, 시동을 걸기 전 나는 밥에게 "생각했던 것보다 날씨가 안좋은 것 같다 비행을 안나가겠다." 라고 밥에게 말 했다. 다행히 웃으면서, 좋은 결정이라고 다독여 주어서 시험을 또 다시 Discontinue 하고 녹초가 된 철수 형과 스탁턴에 돌아오는 비행기에 올랐다. 철수 형에게 밥의 만행을 생생하게 들으면서 가는 도중 바람이 점점 강해지고 비가 점점 많이 오더니 정말 아무것도 안보이는 태풍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미 AIRMET-T(MOD to HIGH TURBULENCE)와 SIGMET, LLWS(Low Level Wind Shear Alert)가 그 지역을 뒤덮고 있었지만, 우리는 한치 앞도 안보이는 Stockton 으로 강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라디오가 조용했다. 평소였으면 관제사와 다른 비행기들의 교신 때문에 시끄러워야 할텐데, 정말로 아무도 없었다. 스탁턴으로 이동하면서 몇개의 Frequency의 전환이 이루어 지는데 전부 다 고요했다. 가는 길목마다 관제사가 "너네 앞에 엄청난 비가 오고있어!" 라고 계속 알려주었는데 말투가 "너네 정말 갈거냐?"처럼 들렸다. 우리는 강행하기로 했기에 "라져 땡큐!" 라고만 철벽을 쳤다. 철수 형이 가는 도중 씨익 웃으면서 "무서워요?"라고 했는데 교회를 잘 다니는 형인 지라 왠지 모르게 신적인 믿음이 생겼다. 이래서 교회를 가야하는 건가? 아무튼. 시험 떨어진 것에 대한 위로는 둘째 치고 우리는 어떻게 랜딩을 할 것인가,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심도 깊은 고민에 빠지며. 비행기 안에서 쿵짝 쿵짝 신명나게 터뷸런스를 타고 있었다. 원래 순항 고도를 4000ft로 가려 했지만,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 더 위험할 것 같아 3000ft를 허가받아서 땅을 보면서 기어갈 수 있었다. 철수형은 비행하고 나는 날개에 아이싱이 생기는지 확인하고 땅을 보며 Emergency Landing Field를 계속 체크하면서 가고 있었다. 스탁턴 근처에 다 와서는 바람이 50노트 쯤 부는 듯 했다. IAS가 100인데 GS 가 150 이었다. 다행히 ILS 어프로치를 쏠 수 있었고, 써클링 랜딩을 클리어 받았다. 써클링 MDA(미니멈)에 도달 했을 때 런웨이가 보였고 우리는 반대편 런웨이로 써클링을 시도했다. 평소 90노트로 써클링을 돌았다면, 오늘은 뒤에서 부는 바람때문에 140노트로 돌게 되었고, 베이스 구간으로 돌자 마자 비행기는 바람 방향으로 마치 파도에 실린 마냥 쭉 밀려 나갔다. 어찌어찌 해서 런웨이에 정렬을 했는데 IAS 80에 GS 30이었고 우리는 조종간을 같이 잡고. 활주로에 가져다 붙이기로 맘먹었다. "윙레벨 윙레벨 윙레벨.." 플랩을 쓰는 것은 감히 엄두도 못냈고, 좌우로 30도 뱅크 씩 흔들리는 바람으로 비행기 하나 해 먹을 것 같은 불안 한 기운이 엄습했지만, 다행히 정풍으로 강한 바람이어서. 3점 터치다운 할 수 있었다. Flare하는 도중 비행기가 뒤로 밀리는 진귀한 경험과 함께, 착륙 후 뒤로 밀려 브레이크를 잡았다. 우리는 아마 최초로 후진 착륙을 시도한 2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밥과의 싸움에서 패배했지만, 폭풍우 속에서 살아 남은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 다행히도 램프를 떠날 수 있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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